추석 차례상 간소화, 전 안 부쳐도 되는 이유
2026년 추석은 9월 25일 금요일이다. 연휴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일요일까지 붙으면 실질 나흘. 그 나흘 중 이틀을 주방에서 보낼 이유는 없다. 성균관이 "전 부치지 마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추석 차례상 간소화는 몰래 하는 편법이 아니다. 유교 본산이 공인한 표준이다. 그런데도 9월이면 같은 검색이 반복된다. 뭘 빼도 되는지, 어디까지 줄여야 욕을 안 먹는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 성균관이 못 박은 것 — 9가지면 끝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의 「명절 차례상 표준안」은 차례 음식을 9가지 이내로 정했다. 기본은 여섯 가지다.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여기에 육류와 생선, 떡을 형편에 따라 더하면 아홉 가지가 찬다. 그 이상은 필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전은 목록에 없다. 근거는 조선 예학의 대가 사계 김장생의 기록이다.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 성균관은 이 문장을 들어 부침개류를 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명절 준비 시간의 가장 큰 덩어리가 공식적으로 생략 가능 판정을 받은 셈이다.
홍동백서, 조율이시도 마찬가지다. 성균관은 이 표현들이 예법 관련 옛 문헌에 없다고 했다. 붉은 과일을 동쪽에 놓든 서쪽에 놓든 상관없다는 뜻이다. 배치 고민에 쓰던 시간도 0으로 만들 수 있다. 지방 대신 조상 사진을 놓아도 되고, 차례와 성묘 순서도 가족이 알아서 정하면 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간소화를 통보하는 것과 근거를 갖고 합의하는 건 완전히 다른 대화이기 때문이다. 시어머니 앞에서 "힘들어서 못 하겠다"와 "성균관 표준안이 이렇대요"는 결과가 다르다. 성균관 2022년 설문에서도 차례상 개선 1순위는 간소화(40.7%)였고, 적정 가짓수로 5~10개를 꼽은 응답이 49.8%였다.
📋 뺄 것과 남길 것, 표로 정리했다
가짓수를 자르는 게 가장 큰 절감이다. 전 세 종류를 빼는 순간 준비 시간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다.
| 구분 | 항목 | 이유 |
|---|---|---|
| 반드시 남길 것 |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 성균관 표준안 기본 6종 |
| 선택 추가 | 육류, 생선, 떡 | 여기까지가 9가지 상한 |
| 과감히 뺄 것 | 전 3종, 산적 일부, 식혜 | 예법 근거 없음 + 시간 최대 소모 |
| 사도 되는 것 | 송편, 약과, 나물 일부, 반조리 전 | 완제품 품질이 이미 충분 |
가장 큰 절감 포인트는 따로 있다. 차례상과 손님상을 분리하는 것. 차례상은 9가지로 끝내고, 가족이 모여 먹을 음식은 별개로 준비하면 된다. 두 개를 하나로 합치려니까 스무 가지가 나오는 거다.
사람들은 이미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 전국 2,000명 조사에서 "명절은 더 간소해지는 게 맞다"는 응답이 69.7%, 반대는 7.8%였다.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동의율은 81.1%로 더 높았다. 돈으로 대체할 의향도 81.3%. 외식 43.2%, 간편식·완성품 차례 음식 36.8%, 반찬·밀키트 18.5% 순이었다.
GS샵 데이터는 이 변화를 숫자로 보여준다. 2015년과 2025년 추석 전 3주를 비교하면 주방용품 매출이 38% 줄고 식품 매출은 80% 늘었다. 집에서 만들기에서 사서 차리기로 넘어간 것이다.
⏰ D-3부터 당일까지, 이 표만 따라가면 된다
한 번에 몰아서 하면 여섯 시간이 걸린다. 사흘에 나누면 실질 세 시간이다. 같은 일을 하는데 체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 시점 | 할 일 |
|---|---|
| D-3 (9/22) | 장보기 완료, 고사리·도라지 등 말린 나물 불리기, 육류 핏물 빼고 밑간 |
| D-2 (9/23) | 고사리·도라지 볶아두기, 갈비찜·잡채 재료 손질, 육수 내기 |
| D-1 (9/24) | 전 부치기(할 경우), 나머지 조리, 상차림 그릇 미리 꺼내두기 |
| 당일 (9/25) | 시금치·숙주 무치기, 데우기, 담기 |
나물은 두 조로 나뉜다. 고사리와 도라지는 미리 만들어도 되는 조다. 수분을 날리면서 볶으면 사흘에서 나흘은 맛이 유지된다. 시금치와 숙주는 당일 조다. 미리 무치면 물이 생겨서 망한다.
데친 나물은 물기를 끝까지 짜낸다. 간은 처음에 싱겁게 하고, 참기름과 깨를 넣은 뒤 다시 맞춘다. 시간이 지나면 간이 배어들기 때문이다. 양념한 나물은 냉동하지 마라. 해동할 때 수분이 빠지면서 식감이 무너진다. 완전히 식힌 뒤 종류별로 따로 담아 냉장 3~4일이 한계선이다.
전 부치는 순서에도 규칙이 있다. 색이 옅은 것부터다. 동태전과 두부전을 먼저 하고 육전, 김치전 순으로 가면 팬을 중간에 닦을 일이 없다. 같은 팬을 쓰는 작업은 연달아 처리하고, 조리 사이사이 다 쓴 그릇을 치운다. 마지막에 몰아서 설거지하면 체감 노동이 두 배가 된다.
🔥 압력솥과 에어프라이어가 세 시간을 줄인다
일반 냄비로 두 시간 걸리는 갈비찜을 압력솥은 30~40분에 끝낸다.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이다. 명절 음식 중 조리 시간이 가장 긴 항목을 이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는 재가열 담당이다. 180도에서 5분, 또는 160도에서 4분이면 전이 갓 부친 식감으로 돌아온다. 덕분에 전을 당일 아침에 부칠 필요가 없어진다. 전날 다 부쳐두고 아침에 몰아서 데우면 맛 차이가 안 난다. 산적과 동그랑땡도 똑같다.
오븐과 에어프라이어를 동시에 돌리면 가스레인지 화구 병목도 풀린다. 명절 아침 주방이 막히는 건 대부분 화구가 네 개뿐이라서다.
전을 냉동할 거라면 완전히 식힌 다음 한 장씩 종이호일 사이에 끼워 지퍼백에 넣고 공기를 빼라. 이 상태로 한 달까지 간다. 전자레인지 30초로 속을 녹이고 에어프라이어나 팬에서 마무리하면 바삭함이 돌아온다.
완제품 전을 샀다면 재가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름이 굳어 있어서 그냥 상에 올리면 티가 바로 난다.
💰 장보기 장소만 바꿔도 9만 5천 원
2026년 추석 차례상 비용은 4인 기준 전통시장 30만 2,500원, 대형마트 39만 7,700원이다. 차이가 9만 5천 원을 넘는다. 같은 걸 사면서 장소만 바꿔 4분의 1을 아끼는 셈이다. 전년 대비 인상 폭은 전통시장 3,500원(1.2%), 대형마트 6,350원(1.6%)으로 크지 않았다.
올해 물가는 방향이 갈렸다. 과일은 내렸고 축산물과 채소는 올랐다. 사과(홍로·상품) 10개가 22,976원으로 전년보다 12.1% 싸고, 배(원황·상품) 10개는 25,833원으로 8.2% 내렸다. 추석 성수기 출하량 전망도 사과 19.3%, 배 6.5% 증가다.
반대로 전통시장 닭고기 1.5kg은 9,000원으로 12.5% 올랐고, 계란 10알은 3,500원으로 16.7% 뛰었다. 결론은 명확하다. 과일은 넉넉히 담고 닭고기와 계란은 최소화한다. 계란이 오른 해에 전을 줄이는 건 물가 논리와 간소화 논리가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선택이다.
정부는 13대 성수품 16만 3,000톤을 평시의 1.6배로 공급하고, 590억 원을 투입해 농축산물 전 품목을 최대 40% 할인한다. 농협 하나로마트와 농협몰은 최대 50%까지 간다. 한우는 최대 50%, 한돈은 최대 20%. 9월 23일까지니까 D-2 장보기와 시점이 맞다.
💬 그래도 걸리는 것들
전 없으면 실례인가. 아니다. 예법 근거가 기름진 음식을 쓰지 말라는 쪽이다. 실례는 오히려 반대쪽이다.
가족 설득은 어떻게 하나. 연휴 직전에 통보하면 싸움이 난다. 지금, D-11 시점에 "성균관 표준안에 9가지로 나왔더라"고 먼저 흘려두는 게 낫다. 명분이 있으면 반박이 어렵다.
성묘는 차례 전인가 후인가. 성균관은 가족이 정하면 된다고 했다. 정해진 순서가 없다.
9월 28일은 쉬는 날인가. 아니다. 28일은 대체공휴일이 아니다. 연휴는 24~26일 사흘에 주말이 붙은 구조다.
남은 음식은. 한 끼 분량씩 나눠 담는다. 통째로 넣었다가 매번 꺼내 데우면 재가열이 반복돼서 먹을 만한 게 남지 않는다.
올해 추석 차례상 간소화의 요점은 하나다. 뭘 잘 만드느냐가 아니라 뭘 안 만드느냐. 전 세 종류를 빼고, 나물은 두 조로 나누고, 장은 전통시장에서 보고, 갈비찜은 압력솥에 맡긴다. 그러면 나흘 중 이틀이 아니라 반나절로 끝난다. 차례상이 '가장 아까운 지출' 1위(23.7%)로 꼽히는 이유는 금액이 아니라 들인 노동 대비 남는 게 없다는 감각이다. 그 감각을 바꾸는 방법은 가짓수를 줄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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